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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클라베/교황선출(Conclave)이란 무엇인가?

자질러 2025. 4. 24. 12:20

콘클라베(Conclave)란 무엇인가?

콘클라베는 로마 가톨릭교회에서 교황이 선종하거나 사임하여 교황좌가 공석(Sede Vacante)이 되었을 때,

후임 교황을 선출하기 위해 추기경단이 모여 진행하는 특별 선거 절차를 의미합니다.

'콘클라베'라는 단어는 라틴어 '쿰 클라베'(cum clave), 즉 '열쇠로 잠근다'는 뜻에서 유래했으며,

이는 외부와의 완전한 차단 속에서 비밀리에 선거가 진행되는 특징을 잘 보여줍니다.

콘클라베는 가톨릭교회의 수장이자 베드로의 후계자인 교황을 선출하는 매우 중요하고 신성한 과정입니다.

 

콘클라베의 역사적 배경

콘클라베 제도는 오랜 역사적 경험, 특히 외부 세력의 간섭과 장기간의 교황 공석 상태로 인한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점진적으로 발전해 왔습니다.

  1. 초기: 초기 교회에서는 로마 교구의 성직자들과 신자들이 주교(교황)를 선출했습니다. 하지만 로마 제국의 황제나 귀족 가문들이 점차 선거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하면서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2. 추기경단 선출권 확립: 1059년, 교황 니콜라오 2세는 교황 선출권을 추기경 주교들에게 한정하는 칙령을 발표하여 세속 군주들의 간섭을 배제하려 시도했습니다. 이후 다른 등급의 추기경들에게도 선출권이 확대되었습니다.
  3. 콘클라베 제도의 공식화: 현재와 같은 형태의 콘클라베 제도가 확립된 결정적인 계기는 1268년 교황 클레멘스 4세 선종 후 약 3년(34개월) 동안이나 후임 교황을 선출하지 못했던 사건입니다. 이 극심한 교황 공석 사태를 경험한 뒤, 1271년에 선출된 교황 그레고리오 10세는 1274년 제2차 리옹 공의회에서 **'우비 페리쿨룸'(Ubi Periculum)**이라는 교령을 반포하여 엄격한 콘클라베 규정을 제정했습니다. 이 규정은 추기경들을 한 장소에 감금하고, 선거가 길어질수록 음식 등 외부 공급을 제한하여 신속한 선출을 유도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습니다. 비록 세부 규정은 시대에 따라 변화했지만, '추기경들을 격리하여 비밀리에 투표한다'는 콘클라베의 핵심 원칙은 이때 확립되어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콘클라베의 절차

콘클라베는 매우 엄격하고 정해진 절차에 따라 진행됩니다.

  1. 교황좌 공석 (Sede Vacante): 교황이 선종하거나 공식적으로 사임하면 교황좌는 공석 상태가 됩니다. 교황 궁무처장(Camerlengo) 추기경이 교황의 선종을 공식 확인하고, 교황의 권위를 상징하는 어부의 반지(Fisherman's Ring)를 파기합니다. 이 시점부터 새 교황이 선출될 때까지 교회의 일상적인 행정 업무는 궁무처장 추기경이 관장하지만, 교회의 중대 사안에 대한 결정권은 없습니다.
  2. 추기경 소집: 전 세계의 모든 추기경들에게 교황좌 공석 사실이 통보되고 로마로 소집됩니다.
  3. 추기경 전체회의 (General Congregations): 콘클라베 시작 전, 추기경들은 매일 전체회의를 열어 교회의 현안과 미래에 대해 논의하고, 장례 준비, 콘클라베 시작일 결정 등 필요한 사항들을 처리합니다. 이 회의에서는 차기 교황의 자질이나 필요한 리더십 등에 대한 의견 교환이 이루어지지만, 특정 후보를 위한 선거 운동은 엄격히 금지됩니다.
  4. 콘클라베 시작: 교황 선종 후 15일에서 20일 사이에 콘클라베가 시작됩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이 기간을 규정했습니다.) 추기경들은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교황 선출을 위한 미사('Pro Eligendo Romano Pontifice')를 봉헌한 후, 행렬을 지어 시스티나 경당(Sistine Chapel)으로 입장합니다.
  5. 격리와 비밀 유지: 시스티나 경당에 모든 선거인 추기경(만 80세 미만)이 입장하면, 교황 의전관이 "모두 물러가시오!"(Extra omnes!)라고 외치고, 외부인들은 모두 퇴장합니다. 경당 문은 안팎으로 봉인되어 외부와의 접촉이 완전히 차단됩니다. 추기경들과 콘클라베 진행을 돕는 소수의 인원(의사, 조리사, 통역사 등)들은 절대 비밀 엄수 서약을 하며, 이를 어길 시 자동 파문(Latae sententiae)의 벌을 받습니다. 현대에는 도청 및 통신 장비 사용을 막기 위해 전파 방해 장치 등이 설치됩니다. 추기경들은 콘클라베 기간 동안 바티칸 내의 숙소인 '성녀 마르타의 집'(Domus Sanctae Marthae)에 머물지만, 투표는 오직 시스티나 경당에서만 진행됩니다.
  6. 투표:
    • 선거권: 교황좌 공석 선언 시점을 기준으로 만 80세 미만인 추기경들만 투표권을 가집니다. 교황 바오로 6세는 선거인 추기경의 수를 최대 120명으로 제한했으나, 교황 임명 시점에 따라 약간 초과되는 경우도 발생합니다.
    • 투표 방식: 투표는 하루에 최대 4번(오전 2번, 오후 2번) 실시됩니다. 첫날 오후에는 한 번만 투표합니다. 추기경들은 'Eligo in Summum Pontificem'(나는 ~를 최고 교황으로 선출합니다)이라고 적힌 네모난 투표용지에 비밀리에 한 명의 이름을 적습니다. 자신의 필체를 감추기 위해 변형된 글씨체로 적는 것이 권장됩니다.
    • 투표 절차: 각 추기경은 자신의 이름이 호명되면, 투표용지를 두 번 접어 제대 앞으로 나아갑니다. "나를 심판하실 주 그리스도를 증인으로 세우고, 나는 하느님 앞에서 당선되어야 한다고 여기는 사람에게 투표합니다"라고 서약한 뒤, 투표용지를 성반(聖盤, Paten) 위에 놓았다가 성작(聖爵, Chalice) 모양의 투표함에 넣습니다.
    • 개표: 모든 추기경의 투표가 끝나면, 미리 선출된 3명의 개표 담당 추기경들이 투표함을 흔들어 섞은 뒤 투표용지를 하나씩 세고 개표합니다.
    • 당선 요건: 유효표의 3분의 2 이상을 득표한 후보가 나오면 새 교황으로 선출됩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여러 차례 투표 후에도 당선자가 나오지 않으면 절대 과반수로 변경할 수 있도록 했으나,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다시 3분의 2 이상 득표 요건으로 복원했습니다.)
  7. 결과 공표 (연기 신호):
    • 검은 연기 (Fumata Nera): 투표 결과 3분의 2 이상 득표자가 나오지 않으면, 투표용지와 메모지 등을 태울 때 젖은 짚이나 화학물질을 함께 넣어 검은 연기를 피워 올립니다. 이는 아직 교황이 선출되지 않았음을 외부에 알리는 신호입니다.
    • 흰 연기 (Fumata Bianca): 특정 후보가 3분의 2 이상 득표하여 당선되고, 본인이 수락하면 투표용지를 태울 때 흰 연기를 피워 올립니다. 동시에 성 베드로 대성당의 종이 울려 새 교황 탄생을 알립니다.
  8. 수락과 교황명 선택: 당선자가 나오면 추기경단 수석 추기경(Dean of the College of Cardinals)이 당선자에게 다가가 "그대는 교황으로 적법하게 이루어진 선출을 받아들이십니까?"(Acceptasne electionem de te canonice factam in Summum Pontificem?)라고 묻습니다. 당선자가 "수락합니다"(Accepto)라고 답하면 그 즉시 교황이 됩니다. 이어서 "어떤 이름으로 불리기를 원하십니까?"(Quo nomine vis vocari?)라고 물으면, 새 교황은 자신이 사용할 교황명을 밝힙니다.
  9. 새 교황 소개 (하베무스 파팜): 새 교황은 '눈물의 방'(Room of Tears)이라 불리는 작은 방으로 이동하여 준비된 세 가지 크기의 백색 교황 수단(Soutane) 중 하나를 입습니다. 잠시 후, 추기경단 부제급(Deacon)의 차석 추기경(Cardinal Protodeacon)이 성 베드로 대성당 중앙 발코니에 나와 "Annuntio vobis gaudium magnum: Habemus Papam!"(여러분께 큰 기쁨을 알려드립니다: 우리는 교황을 모시게 되었습니다!)라고 외치며 새 교황의 선출을 공식적으로 선포합니다. 이어서 새 교황의 본명(세례명)과 그가 선택한 교황명을 알립니다.
  10. 첫 축복 (우르비 에트 오르비): 선포가 끝나면 새 교황이 발코니에 나타나 신자들에게 인사하고, 로마 시와 전 세계를 향한 첫 축복인 '우르비 에트 오르비'(Urbi et Orbi)를 줍니다.

콘클라베의 의미

콘클라베는 단순히 지도자를 뽑는 선거를 넘어,

가톨릭교회의 신앙과 전통이 집약된 매우 중요한 영적 과정입니다.

추기경들은 외부의 압력 없이 오직 성령의 인도하심에 따라

교회를 가장 잘 이끌어갈 후계자를 식별하고 선출해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집니다.

비밀 유지와 격리는 이러한 영적 식별(Discernment)을 위한 환경을 조성하고,

선거의 순수성과 독립성을 지키기 위한 장치입니다.

고대부터 이어져 온 이 독특한 제도는 시대 변화에 따라 일부

절차적 개선(예: 숙소 개선, 전자 기기 차단 등)을 거치면서도

핵심적인 가치를 유지하며 가톨릭교회의 연속성과 보편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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